2003/07/05 【6日目】

내 나이 이제 스물 다섯. 더이상 어린 애가 아닙니다.
그런, 게이가 어쩌고저쩌고, 요상스런 쇼를 보러가거나, 한밤중에 도주극을 벌인다거나,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여행다운 여행을 해야겠어요. 시골가는 기차를 탄다든가, 코끼리도 타보고, 그런 거요.
이곳은 불교의 나라. 게다가 왕국. 당연히 근사한 궁전이나, 절들이 많이 있지요.
다만... 왠지 그런 곳은 가고 싶지 않은..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집 옆에 절이 있던 환경에서 자란 탓에, 어릴 적부터 불경 외는 소리, 향 냄새.
연말은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제야의 종소리. 많은 고난들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트라우마는,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여름에 있었던 일.

당시, 학생회에서, 절에서 좌선을 하며 정신집중을 하자,는 수련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간 거에요. 뭐, 가고 싶진 않았지만, 집 바로 옆이 절이여서, 친구들이 부르러 온 거지요.
원래 종교에 관한 것, 특히 동양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좀 꺼림직한 게 있었어요. 그 분위기가...

마가리 라는 불교 매니아의 친구가 있는데, 그 애가,
「와~, 이 불상 얼굴 죽인다~」
라며, 불상도감 같은 걸 보면서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는데.
완전히 이해 불가능.


어쨌든, 그 좌선회에서.
비싸 보이는 법의를 입고 있을거라 생각한 스님이, 츄리닝 패션으로 앞에 앉고,
그것과 대면하는 모양으로 애들이 주욱 옆으로 줄지어 앉는 거에요. 법당에서.
법당하면, 금불상들이 많이 있지요? 아이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도 공포스러운 겁니다요.

자, 책상 다리로 앉아서, 좌선 스타트. 이런 느낌이에요



눈 감고 있기를 몇 분. 점점 공포감을 느끼는 건지, 눈 감고 있는 게 피곤해진 건지, 자꾸만 눈뜨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사알짝, 눈을 뜬 거에요.
그랬더니...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눈 앞에 있던 금부처님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던 거에요.

이거, 진짜. 진짜로.

좌선이고 뭐고 파닉 상태.
그치만, 거기서 그만두고 도망갔다가는, 마을회 아저씨들한테 혼날테고,
친구랑 여자 애들도 있는 데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아이 주제에 프라이드 같은 것도 있고, 그냥 참고 또 참고..
무섭고, 무섭워서, 한 번 더 눈 떴다가는, 불단에 놓여있던 귤이라도 던져지는 게 아닐까, 그 귤에 맞아 죽는 건 아닐까,하는 망상 모드에 돌입..

좌선이 끝나도, 그 불상 쪽은 일부러 피하고 있었어요.

그게, 그 이후, 몇번이나 꿈에 나올 만큼 강렬한 충격이였어요.

그래서, 전보다 더 종교적인 분위기가 더 싫어진 거에요.
학생일 때, 밤에 시험공부할 때도, 사회과목의 자료집들은 죽음. 최악.
절의 불각, 불상, 조각상, 족자, 옛날 풍경화 등등등등이 소개되어 있는 그런 최악의 페이지들은...
호치케스로 찝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보이지 않게 해뒀던 겁니다요.
그래서, 아유타야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캄보디아까지 가서 앙코르와트를 봤다...
가 아니고, 비치에 간 거에요. 나는.

이런 이유로 계속 연락을 주고 받던 타이인 친구 둘과 함께, 비치에 가기로 했던 겁니다.
친구들은 섬까지 가보자고 했지만, 시간적 여유도 없고 해서, 이번은 단념.

어제는 목숨만 겨우 부지해 도망쳐 온 게, 밤 12시. 그리고 마야마군하고 애기 좀 하고, 잔 게 결국 2시 지나서.
그리고 6시에 일어나, 택시로 버스 터미날까지.
졸려졸려졸려~.

친구들은 이미 KFC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오독오독 치킨을 먹고 있다... 그런.

그런데 버스.3시간 들여서 HUAHIN란 리조트에 갈 거 같은데...
실제로 그것이 지도상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우리들.
지도로 확인했으면 여기였어.

버스 타서 놀란거. 의외로 깨끗한 차내. 두 친구들이 비교적 좀 잘사는 편이라 제일 좋은 버스를 골랐을 것이다.
그래도 5000원 정도?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도중에 내다보면, 이런 트럭이 달리고 있었다. 너무 실었어...
제대로 된 버스여서 다행이였다...


자, HUA HIN!







비..





하아.. ('-';












비치!







더럽다.




하아.. ('-';






뭐, 괜찮아. 우선은 잘 곳 확보.
내 수준이면, 이 정도가 어울리지요?


힐튼...

...의 옆에 있는, 해안 위에 대충 지붕을 덮어 만든 게스트 하우스.
침대 두개짜리 4인실이 600바츠(약 18000원). 카오산 보다는 비싸지만, 휴양지라서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눈 바로 밑이 모래..



짐 풀고 잠시 휴식. 비도 그쳤다. 딱 좋아.
점심부터 먹고, 여기선 뭘하지? 어디 가? 하고 물었더니...

「절에 가자」친구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까.



하아.. ('-';




그렇지만, 그 절에는 내 맘을 움직이게 한 그들이 있었다.









원.숭.이.




귀여워...

여기 원숭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당당하다.
아니, 방콕에서도 그랬지만, 이 나라 동물들은 사람과 친하다.
처음 뉴질랜드에 갔을 때도, 좀처럼 참새들이 피하지 않는 걸 보고, 동물들이 사람들과 친하다고 느꼈지만...
타이는 그 이상일지도.

자, 그럼,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방콕에서도 동물 사진을 마구 찍어대고 있었으므로 몇장 소개.

길을 걸으면, 이런 광경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강아지가 다가오거나.


동물과 하나가 되서 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이 동물들도 자주 자고 있는 것이에요.


(_ _)Zzz



(ー_ー)...zzzZZZ乙乙乙



(=_=)...zzzZZZ



.....(*´0)ゞ푸아아~



아저씨도Zzz

평화스런 나라다.



그런데, 「견원지간」이라고, 개하고 원숭이는 사이가 나쁘다는 말도 있지만...

여기 타이에서는...




같이 자고 있었어요.




갑작스럽지만, 나는 이걸로 원숭이 세계에서 일약 대스타가 됐다.

수박씨. 이게 먹기 불편한 걸로 치면 그 이상이 없을 정도. 그리고, 마야마군이 좋아한 해바라기씨.
아주 싸다. 거기다 이 한알로 원숭이 세계에서는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특전까지.
수박씨는, 먹기가 너무 불편하다. 입 안에서 옆으로 둘로 쪼개야하는데, 그 힘 조절이 어렵다.
타이인은 물론 능숙하게 먹고 있었지만. 음.. 연습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군.


아기 원숭이들, 정말, 너무 귀여워.


기분 좋아보인다.


포즈만큼은 모델 저리가라.


근데, 대담한 원숭이도 있는 거에요. 내가 다른 원숭이들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아아아, 물 훔쳐갔다! 수박씨나 해바라기씨라면 주겠지만, 물은 안돼!

라고 말한 들 들을리도 없고, 게다가, 잽싸게 훔치는 것도 아닌 어딘지 느긋한 몸동작.

자못 자신의 물을 가져가는 듯한 행동이다.





그리고, 용기 뚜껑을 열고 그 자리에서 마신다.


시선은 카메라를 향한 채.

관광객에 익숙하구나...


뭐, 됐어. 준다, 줘.하고 포기하게 할 만큼 당당했다. 대단한 물건이시다.


원숭이들도 여러 종류의 얼굴이 있다. 핸섬계, 미인계, 깜찍이계, 폭탄계등등 각각이다.
그치만 얘처럼, 멍청하게 생긴 얼굴도 드물거다.
흔히 말하는 순진한 얼굴. 어리숙한 얼굴.
미워할 수 없는 얼굴이다.
특유의 헤어 스타일도 귀엽다.
무엇보다도 이 입매. 챠밍 포인트구나. 그는.

...자, 그럼 보세요.




























가슴이 콩닥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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