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하루도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은 여기서 새로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였다.
내 자신은 트러블, 핀치의 의미로는, 이번 여행 최대의 사건이였다고 생각한다.
오후 8시, 13시간의 당일 투어는 끝났다.
수면 시간은 충분치 못했지만, 버스 안에서 조금 잔 것도 있고, 아직 체력적으로는 여유가 있었던 게 첫번째.
그리고, 내일부터는 비치에 가기 때문에,오늘이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이였다는 게 그 두번째.
위의 이유로, 후회는 남기고 싶지않은 마음에, 조금 더 놀아보려고 생각했다.
맛있는 것은 먹었다. 쇼핑도 충분. 밤의 문화도 만끽. 자연도 감상했다. 동물과도 놀았다.
자, 하지 않은 건 뭐지?

사람과의 만남... 이거다.
할 수만 있다면 술집에서 요란스럽게 놀고 싶다.
원래 술도 약하고,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지만, 분위기는 좋아한다.
잠깐이여도 좋으니까, 같이 얘기하며 가볍게 한잔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타이 사람이여도 좋고, 여행중인 다른 나라 사람이여도 상관없다.
남자든 여자든 게이든 레즈든 누구라도 컴온!
다만, 문제는 내 타이어 실력. 의사 소통이 전혀 안되는 수준이여서, 일본어나 영어(물론 한국어도 OK...)가 좀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도, 영어라면 다들 꽤 할 줄 아는 것 같으니까 어떻게 될 것도 같다.
타이인 특유의 억양은 있지만, 같은 과였던 타이인 친구 덕분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으니까, 문제될 것도 없다.

생각난다.
그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


「어떤 음악 들어?」

「할로~」

「응?」

「할로~」

「으~응... 헬로 말하는 거였어?... 음악 괜찮지?(누구다??)」
하고, 귀찮아서 그냥 대충 아는 척은 해뒀지만, 그가「Hard Rock」이라고 말하고 있었다는 걸 안건 며칠 후의 일이였다.

아무튼 누구라도 모국어(제1언어)의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고, 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익숙해지는 거. 얘기를 더해감에 따라 전부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자, 어디로 갈까...
라고 해도 SIAM 밖에 모른다. 방콕의 정체는 아주 심하다.
동경이나 서울보다는 덜 하지만, 혼잡한 편이다. 하지만, 뚝뚝이 있지 않은가.
이게 뚝뚝이다.

요금은 타기 전 교섭.

「SIAM까지」

「100바츠」

「비싸요(>_<)」



다른 뚝뚝으로.

「SIAM까지」

「200바츠」

「...(´ヘ`;)」




「SIAM까지」

「60바츠」

「오케~」


이렇게, 운전수에 따라 크게 다르다.
실은 이 때가 뚝뚝 첫체험.
이 뚝뚝이 내 운명을 바꾸리라고는, 이 시점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었다...


밤의 방콕. 밤이 여서 배기 가스가 가라앉은 건지, 아니면 코가 냄새에 익숙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밤공기가 상쾌하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탈 것에, 애들처럼 약간 흥분.
옆에는 또 다른 똑똑. 모자가 타고 있다. 엄마는 타이인으로, 아이는 혼혈일까? 눈이 예쁘다.
눈모양을 보면 아빠가 서양 쪽? 우선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본다.
평행으로 달리고 있었고, 아이도 내 쪽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의 썰렁한 마술이라도..
오른손의 엄지를 왼손으로 잡는다. 그리고, 그 엄지를 뽕하고 뽑듯이 왼손을 위로.
엄지는 안쪽으로 구부리고 있지만, 뽑힌 것처럼 보인다.



썰렁하다... 내가 생각해도 썰렁하다.

그래도...


아이는 대흥분!


엄마에게
「와-, 와-, 와-!」외치고 있다.
아이들은 귀엽다.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어버렸다.





애 하니까 생각난다. 이틀 전이였나?
결국, 쇼핑을 너무 많이해서 엔을 환전해야했다... 그 때 환전소 앞에 있던 타이인 아저씨네 아이.

엄청 귀엽다.
스위스인과의 혼혈.
타이어, 스위스식 독일어를 할 줄 안다. 즉, 둘 다 할 줄 모르는 나와의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얘기.

「구튼 모르겐」

일단은 아는 단어를.


「지금은 낮이야」


의미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런 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낮인사는구튼 탁?
옛날에, 독일인 친구가 몇개 가르쳐 줬지만...
첫대면에, 거기다 아이에게 쓸 수 있는 고상한 말이 아니여서, 아무 도움이 안된다.

환전. 앞에서 뭘 하고 있는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좋아, 국제교류. 오기로라도 도전해본다.
손짓발짓으로 자기소개. 그러나 무반응. 그러자, 아이 아빠가 통역해줬다.

갑자기 아이가 대흥분. 팔짝팔짝 뛰며 소리를 지른다. 눈까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들려온 단어가
「피카츄」

아이는 독일어로 나에게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얘는 포케몬 카드를 모으고 있는 중인데,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빠가 웃으며 설명.

너무 귀엽다~. 100장 정도 포케몬 카드를 사주고 싶을 만큼.

어쨌든 포케몬은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대단하다.




똑똑 승차로 깜찍한 아이와의 훈훈한 만남도 경험했지만...
실은 이 이후에, 또 한사람과 만나게 된다...


이것은, 내 연애에 관한 얘기다.

운전수가 뒤를 돌아본다.
「SIAM 어디?」

「SIAM 메인 스트리트」

「응?」

「메인 스트리트」


「??」
아저씨가 못알아 듣는다.

SIAM에 진입해서도
「이 쪽?」 「저 쪽이야?」하고 일일이 물어온다.
보통은 귀찮아서라도 대충 아무데나 세울텐데. 되게 친절한 사람이였다.
다만, 내가 길을 자세히 알 턱이 없다. 사실은 메인 스트리트가 어딘지도 모른다.

신호대기. 옆에는 택시. 위~잉. 창문이 열리고 타이인 같은 여성이 얼굴을 내보였다.
「제패니즈?」

「응」

「어디 가?」오호, 일본어다.

「SIAM 메인 스트리트에 가고 싶지만」

「가서 뭐 할건데?」


「젊은 사람들이 가는 술집에 가보고 싶은 것 뿐」


「그래? 우리도 지금 마시러 가는 거. 거기에 술집 많이 있어」

「그럼, 이 아저씨한테 택시 따라가 달라고 말해줄래?」

「좋아. a@dfna@nda[nd@ang@」

「aosndfaondpa」


「말했어. 그럼, 안녕」


「고마워」
친절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고, 택시는 발진, 우리도 그 뒤를 쫓는다.

그리고, 도착.
주변을 둘러보면, 가게들이 무지 많다. 번화가다. 자, 아무데나 들어가볼까?
했지만, 좀전의 그 택시 아가씨들이 다가왔다.

「오늘은 마시기만 할꺼양?」

어디서 배운거야... 그런 책에도 안나오는 일본어들을...
몸에 밴 듯 익숙한 표현.

「뭐, 그냥 한잔 할까, 하고..」

「혼자서? 괜찮으면 우리랑 갈래? 마시기만 하자」

「어떤 술집 가는데?」

「그냥 보통 술집. 괜찮은데야」


「응... 좋지만... 일본어 잘하네? 일본에서 살았었어?」

「아니, 가본 적 없는뎅. 한번도」


「일본어 어디서 배웠는데?」

「어, 이거. 기냥 공부한거야」

거짓말. 어떤 학원에서 그런 말 가르쳐주냐! 하면서도

「직업이 뭐야?」

「...................... 옷가게에서 일해」

「...그래?」


좀 수상하지만, 뭐 괜찮겠지.

「근데, 그 가게, 맥주 있어?」

「당근 있지」


「그럼, 거기로 가자」


처음부터 무언가 석연치 않은 예감이 들었던 겁니다요.
다만, 몇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 예감을 무시해버렸지만.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이였다.
・투어로 조금 피곤했던 탓에 「만사가 귀찮다」상태였다.
・원래 그런 수상한 거에 매력 느끼는 성격.
・원래 그런 수상한 거에 매력 느끼는 성격.

가게로 들어간다.
어둡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 공간. 시끄러운 음악 소리.
좁은데다, 손님도 없다.

앉자마자, 술이 나온다.
응?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름모를 파란 칵테일이 피쳐로.
음.. 싫은 예감.
우선 확인.

「저기, 이 가게, 괜찮은거지? 와본 적 있지?」

「괜찮아. 싸. 서비스도 좋고」


음.. 뭔가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싫은 예감.
메뉴도 없는데, 둘이서 맘대로 주문하고 있다.
이럴 땐, 현지말을 모른다는 게 상당한 핸디캡이 된다.
음.. 싫은 예감.
일단, 확인.

「이걸로 얼마? 이 파란 건 얼마? 그리고, 난 맥주 마시고 싶다고 했잖아」


「괜찮아. 싸. 싸」

「그 러 니 까, 비싸다 싸다 말고, 얼마냐고?」

매우 수상스럽다.
웨이터를 불러서, 어설픈 타이어로 물어본다.
웨이터가 대답한다.

「3200바츠」

엉?

10만원?
그렇게나?

여자는 그 정도 쯤 당연하다는 얼굴.
나, 당한거야?
아님, 보통 이런 거야? 그럴리 없지.
옆에 아가씨를 앉히는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바 주제에. 바가지다.
어제밤은 5명이나 아가씨들이 있었는데도 90바츠였는 걸(추가 주문만 안했다면)
이렇게 비쌀 리가 없다.

이제, 어쩌지?
선택 따라온 내가 바보니까 그냥 낸다.
비싸다고 따진다.
튄다.


문제점 바츠가 모자란다. 이 자리에서는 불가능.
말이 안통한다. 같이 온 여자들이 있지만, 믿을 수 없다.
양심적으로 좀 그렇다. 그리고 밖으로 나갈 찬스가 없다.


이제, 어쩐다?
우선은 사실대로 말해본다.

「저기, 지금, 갖고 있는 바츠가 얼마 안되는데..」

「뭐? 돈없어?」


아주아주 불만스런 얼굴. 기분 나쁘다.

「이렇게 비쌀 지 몰랐지」

일본 엔이라면 좀 있으니까, 가까운 환전소라도 가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되는 것 같다.

「이 시간엔 SIAM, 환전소 전부 안돼. 끝났어」

뭐 씹은 듯한 표정이 리얼하게 느껴진다.

「어느 호텔?」


「카오산에 있는 싼 게스트 하우스」


모조리, 기대를 져버린 대답 뿐이였나 보다.


「하아... 호텔에 가면 환전 할 수 있어. 근데, 그 호텔 숙박객이 아니면 환전 안돼. 못해」


자세히도 알고 있군. 「환전」같은 어려운 단어도 알고.

「그럼, 어떻게 해?」

여자는, 아까 그 웨이터에게「얘, 돈 없다는데?」라는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다시 내게.

「카드 있어?」

「없어」

「그럼, 호텔에 가서, 로비에 있는 일본인한테 부탁해. 그리고 환전한다」

음.. 관광객한테 바꿔달라고 하라고. 과연.
뭔가 대처하는 게 꽤 해본 솜씨...?
그치만, 이 여자하고는 우연히 만난거고... 일부러 접근한 거 같지도 않은데... 그래도, 이 상황은 좀...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

그럼, 슬슬 가볼까나? 상대방도 초조한 눈치다.

「쳇, 일본인은 다 돈이 많다」라고 생각하는 게 맘에 안든다. 열받는다.
일본어를 하는 여자하고, 왜인지 모르지만 가게에 있던 한 남자도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섰다. 연행되는 기분.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다. 이 남자는 뭐?

걸은 지 10분, 어느 유명한 호텔에 도착.
남자는 친절하게 대하고는 있지만, 감시하는 듯한 눈빛.
생각외였던 게, 호텔에는 나혼자 들어가라고 했던 거.
둘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이유는 있겠지만, 어쨌든 나에겐 절호의 기회다.

일단 화장실로.

좋았어! 나홀로 작전 타임.

우선은 남은 돈 확인. 400바츠 정도. 그리고 2만엔.
로비에 있는 일본인한테 부탁하면, 아마 바꿔주겠지.
즉, 낼려고 하면 낼 수는 있다.
그치만, 왠지 내고 싶지 않다.
이대로 도망갈 수도 있지만, 그것도 찝찝하고.

아하! 왜 내가 전부 다 내야돼?
여자들도 같은 손님이잖아. 게다가 여자들이 가자고 한거고, 잘아는 가겐데.
호호, 맞아, 맞아. 곤란할 때는 서로 돕는거지. 조금은 내라고 해야겠다.
자주 간다고 했으니까, 그 정도 돈은 있겠지.
전부 내라는 것도 아니고.

해서, 5000엔 정도만 바꾸기로 작전 회의 종료.
그 이상은 없다고 해야지.

밖으로 나간다.

「환전했어」

둘의 표정이 환해진다.
이것도 은근히 화나네?

바를 향해 걷기 시작하는 우리들.

이제, 말하지 않으면.

「근데, 5000엔 밖에 없어서, 전부 합쳐도 모자라」

하며, 2000바츠를 보여줬다.

거기서 다시 험악한 분위기.

「왜 돈이 없는데!」

어머?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군. 웃겨.

여자는 남자에게, 약간 흥분한 어조로, 그 사실을 알린다.

..................

응?

지금, 뭐라고 했어?

「일본인」「바보」

나 그거 알아들었어! 그 정도 타이어는 안단 말이야!

울렁울렁울렁.

울컥.

네! 결정.


튑니다~.


신발 체크. 끈이 느슨하네? 나중에 다시 묶어야지.

도주로 확보. 샛길이 많아서 딱좋아.

큰길은 어디지? 저쪽이다. 조아조아.

머리 속으로 계산중.

딩동.

나왔다.
저 핑크 지붕 옷가게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작은 길이 있다. 호텔 갈 때 봤으니까 확실하다.
그 길은, 큰길까지 이어져 있을거고. 거기까지 뛰어가서 택시로 도주하기로 결정!

둘은 짜증을 내면서도, 결국은 포기한 채 그냥 가게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둘의 뒤를 따라간다. 그리고는 가끔 멈춰서서, 뭔가 구경하는 척하며 시간 벌기.
거리는 약 5미터. 아직 부족하다.

옷가게가 가까워졌다. 거리는 7미터.

여기서 신발 끈을 다시 묶는다.

그들이 내 모습을 확인하는 걸, 앞머리 너머로 슬쩍 확인.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리는 10미터.

지금이다...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