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1【둘째날】

부드러운 햇살이 커텐 사이로 새어 들어오고, 기분좋은 눈부심으로 자연스레 눈이 뜨인다.
귀를 귀울이면 들려오는 파도 소리.
창을 열면 눈 앞으로 펴쳐지는 바다 풍경.
푸른 하늘에 하얀 모래 사장.
수평선 저 끝까지 환히 비칠 것 같은 엷은 초록빛이 무한히 펼쳐진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걸터 앉으면, 딱 좋게 몸이 가라앉는다.
옆에서 쌔근거리며 자고 있는 그녀.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귓가에 「아침이야」하고 속삭인다.
「아침은 언제나처럼 토스트, 커피로 룸 서비스 해놨어」

우리들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딱히, 뭔가를 할 예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오늘도 해변의 나무 그늘 아래서 해가 질 때까지 책을 읽는 것이다.

...이런 날이 내 평생 한 번이라도 찾아와 줄까?

사실을 말하면, 좀 썰렁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놓여진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비행기에서 빌려온 얇고도 작은 담요에, 언제 갈아끼웠는지 조차 모르는 눅눅한 침대 커버.
벽에도 금. 천장에도 금. 벌레나 도마뱀은 없는지, 떨리지만 전부 둘러보지 않으면 잠들 수 없다.
무덥고, 등에는 땀이 줄줄. 게다가 벌레에 물렸는지, 몸 전체가 가렵다. 발하고 가슴에는 뭔가가 나있다.
끝에 가서는, 곰팡이와 비릿함이 섞인 듯한 냄새가 코의 점막을 직접 자극한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요란한 자동차 소리.

「마야마君, 슬슬 일어나는 게 어때? 10시야. 배도 고프고 뭣 좀 먹자」

「으아아.. 그러지요...」

엉덩이를 북북 긁으면서 일어난, 티셔츠에 팬티 한 장의 19세 청년.


아아아아아!

뭔가가 다르다. 뭐랄까, 세련됨이, 우아함이 2% 부족하다.
다시 말하면, 어딘지 멋지지 않다는 얘기지만, 그게 바로 타이의 진정한 멋.
타이다운 멋짐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예를 들면, 이다.
얕보지 말아라. 바다 풍경은 보이지 않지만,
이런 게스트 하우스라도, 전망은 좋을 것이다.



































┐('~`;)┌



자아, 나가자.


우선, 사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샌달.
어제의 호우로 청바지와 신발이 못쓰게 됐다. 바지는 하나 더 갖고 있지만, 신발은 한켤레 뿐이였다.
숙소에서 비치 샌달을 빌려, 이윽고 본격적인 타이 데뷰.

어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하지만, 비. 카오산 거리를 산책.




무뚝뚝한 할머니네 가게에서, 타이의 나이키, KITO의 샌달을 구입.
으음. 발음이 미묘하다. 키토-인지, 키토인지. 일본인으로서는,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

그리고 아침+점심의 브랜치를 먹었다.
이 간판이다. 10바츠는 300원 정도.


300원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이게 생각외로 맛있는 거. 큰 사진으로 소개해버린다.


라면 먹고 있는 사이, 날이 개여온다. 그리고 갑자기 더워졌다.

카오산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걷고 있는 사람의 반 정도가 서양인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정말 카오스라고도 말할 수 있는, 다시 말해 혼란스럽고 정신사나운 이 곳에,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그리고, 많은 포장마차가 있다. 다들 맛있어 보였다.




그 중에서 맛있었던 게, 귀여운 아줌마네 가게의 생과일 쥬스.
일본어 메뉴도 있다.


거기다 싸달라고 하면... 봉지에. 양이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요구르트 맛이 좋았다. 과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세븐 일레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타이에 있는 편의점의 80%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세븐 일레븐이 많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세븐」과 「일레븐」 어느 쪽으로 말할까에 대해 말다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타이에서는 「세븐」이다.



닭 구이가 얼마였더라... 확실히 600원 정도? 덧붙여 말하면, 세븐에서 산 우유는 달았다.
랄까, 타이의 음료는 전부 다 달았다. 너무 달아서 마실 수 없을 만큼. 결국, 항상 물을 사고 있었다.



이 날은 일본인 친구와 만날 예정이였다.
매일 학교에서 얼굴을 부딪치는 사이지만, 우연히 같은 시기에 가는 걸 알게 되서, 현지에서 밥이라도 먹기로.

아침에, 친구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전화해서, 오후 3시에 SIAM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방콕에는 『SKY TRAIN』이라는 열차가 있다. 말 그대로 하늘을 달린다. 말하자면 모노레일.

SIAM까지 버스로 가기로 했다.
역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어떤가를 즐겨보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택시비를 아낀 것 뿐이지만...

버스. 3.5바츠. 약 100원.
에어콘이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창문은 항상 열려진 채다.


창에서 내다 본 풍경.





SIAM에 도착.
15~20분 쯤 타고 있었을 뿐인데도, 1년치의 배기 가스를 마신 듯한 느낌...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린다... 코털도 5mm는 자랐을 지 모른다. 대단한 타이의 교통사정.

방콕의 시부야라고 불리우는(아무도 부르지 않는), 가이드북이나 현지 친구의 얘기를 종합하면
「젊은이의 거리 SIAM」인 것이다.
SIAM이라고 쓰면서, 발음이 「사이얌」으로 들리는 게 아주 작은 의문이지만, 이런 건 타이말을 공부하면 알 수 있겠지.

몇몇 현대적인 건물이랄까, 백화점 같은 게 집중되어 있다.


극장


세련된 가게


어쨌든, 도시다.
건축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지만, 어딘지 건물 전체가 서양 스타일처럼 느껴진다.



리사이클 숍. 서점. 뭔가 절묘하다.


느닷없지만, 왠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던 비상구의 그림.

이게 일본의 비상구 표시.







타이는 이거.


엄청 필사적(웃음)



필사적인 정도가 너무 웃겨서, 그만 기념 선물로 사버렸다.



엄청 엄청 필사적.





여기서 얘기를 다시 돌려, 스카이 트레인 역. 이것도 유럽색이 짙다.


이건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스카이 트레인.


이런 식으로 사진을 통해 평범한 소개도 해본다.
역시 아시아의 국제도시라 할 만큼, 외국인도 많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점원도 많다.
관광객에게는 여행하기 편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잠깐, 위에서 소개한 쇼핑몰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나는, 또 그 예감을 느꼈던 것이였다.

이것은, 내 연애에 관한 이야기이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처럼 만남도 갑자기 찾아올 때가 있다.
운명을 믿든 안믿든, 여하튼 간에 사람과 사람이라는 것은 신기한 그 무언가를 갖고 있다.

이번 무대는 청바지 가게.
리바이스... 진짜인지 가짜인지 상당히 의심스럽지만, 걸려있는 가격이 너무 싸서 좀 물어보려 들어가 봤다.

아... 안쪽에서 걸어나온 점원일까?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지만...

큰 키에, 긴 다리, 모델같은 몸매.

어쩌지... 딱 내 타입이다...

나를 쳐다본다. 손님인 줄 알아챈 것 같다.
당연, 내 쪽으로 걸어온다.

우우... 예쁘다...


















「어서 오세요~」

말을 건넨다.

「..........」


「..... 으-응」


「.......... 그런가. 그런 것인가」








목소리가 너무 낮다 T-T

사진을 보고, 안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되지만 그녀, 아니 그는 게이다...

아깝다. 진짜 아깝다.


아니, 아깝다고 말하면 그녀에게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뭐라 형용할 수 없이 안타까운 기분이다.






여하튼 타이인 중에는 게이가 많다.
놀랄 만한 미인부터, 왠일이니,할 정도의 민망한 레벨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공통된 것은 정작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게이로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보통으로 일하고 있고, 길거리에서는 남자끼리 손잡고 걸어다니기도 한다.

친구에게 물어봤다.

「예를 들어 100명, 대학생이 있다고 하면, 게이는 몇 명?」

친구의 대답은 이렇다.
「대충 반. 50명 쯤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50명의 절반이 양성애자일까?
100명 중 5명은 수술로 몸도 마음도 여자가 된 레이디 보이.
근데, 분하게도 레이디 보이 쪽이 진짜 여자 보다 더 섹시해」


흠. 컬쳐 쇼크.
절반이라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다른 친구에게 물어봤다.
그러나 같은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 아닙니까...
어디까지가 진담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 것인가. 참고로 여자 쪽(레즈 비율)은 그 친구 왈 25%정도라고 한다.
원인을 물어봤지만, 나도 몰라, 신기하기는 하지,라고.



음. 어쨌든, 아까웠다!!!!!


예정대로 아키(친구)와 합류한 우리는, 그녀의 친구가 적극 추천하는 타이 레스토랑에 가게 된다. 그 얘기는 다음 페이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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