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30 [첫째날]

이것은, 내 연애에 관한 얘기다.

비행기는 무섭다.
도대체 지금까지 몇번, 비행기를 탔을까?
지구를 가볍게 한바퀴 돌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제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도, 전혀 익숙해지기는 커녕, 신용할 수 없는 게 비행기.
뭐, 아직까지, 달리는 기차안에서 점프해서 같은 위치에 착지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 바보님이,
어째서 이 철 덩어리가 공중에 뜰 수 있는 건지를 논하는 자체가.....
참고로, 이번에, 아무도 몰래 슬쩍 비행기안에서 작게 점프해봤지만, 역시 아무렇지 않게 착지했다.
점프한 순간, 벅스 바니처럼 꽝하고 벽에 부딪쳐서 사람 모양의 부딪친 자국이 남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은 들었었지만. ...
현실은 다르군.

어쨌든 전혀 신용할 수 없는 비행기.
예를 들면, 창가에서 밖을 보면 날개가 보이거나 한다.
그럼, 눈을 크게 뜨고 나사가 느슨하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기류가 나쁜 곳을 지날 때는 날개가 꽝꽝 흔들리다가, 그대로 꺽이는 것은 아닌지 가슴을 가슴을 졸이며 지켜본다거나.
그리고 「혹시 만약에 날개가 부러지면 어떤 식으로 추락하는 걸까」하는 어두운 상상을 하며, 혼자 묘한 땀을 흘리곤 한다.


이런 이유로, 어쩌면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금 오버하면)
따라서, 공항에 가기 전에 있는 돈을 털어 거-하게 스시를 먹었다.
스시다, 스시. 한 접시 100엔의 회전 스시지만.


맛있어~


자, 언제나처럼 오로지 참치, 새우만 먹고 입맛을 다신 후, 드디어 공항에.


공항!!!!!




너무 일찍 도착했다.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핸드폰에 지금의 심경을 적고 스스로 사진도 찍어본다.
이 공허하고도 의미없는 행위를 하게 된 것만 봐도, 얼마나 한가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 여하튼 출발에.


탑승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옛날부터 이상한 사람을 불러들이는 능력이 있다.
진짜로 이상한 사람하고 만나는 일이 많은 게 내 인생.
게다가,


「죄송합니다~,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하고 사진 부탁 받는 횟수에 관해서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다.
그다지 말걸기 쉬운 외모를 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사진 촬영할 때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인기인 것이다.
어쨌든 그런 운명 같은 것은 누구라도 조금씩은 갖고 있다고 하고, 다음 얘기로.

기내
우선, 어떤 사람이 옆에 앉느냐에 따라 도착 때까지 시간 보내는 방법이 달라진다.
나는 기본적으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나 말을 거는 성격이다.
비행기안에서의 대화 상대만으로도 괜찮지만, 그대로 연락을 주고받는 일도 있으니까.
뉴질랜드에 있었을 때 꽤 사이가 좋았던 친구는 비행기에서 만났다.
벌써 3년 전쯤의 얘기지만, 그와는 아직도 연락하고 있다.
만남이라는 것은 어디에 있을 지 모른다. 어쨌든 간에 만남이 많다는 것은 인생을 윤택하게 한다.


그럼, 이번엔...
왔다, 왔다... 어떻게 봐도 ...한 일본인 아저씨.
한 번 본 것 만으로, 얘깃거리의 소재가 가득하다고 느끼게 하는 외모인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타이에 가는 이유도 어딘지 모르게 몸 전체로 풍겨나오는 분위기로 알 수 있다.


「으읏샤!!! 어. 안녕하슈!!!!」
묘하게 하이 텐션이다.

「아, 안녕하세요」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것은 기본.

「일로 가시는 겁니까?」
선제공격 해본다.

「아-니. 놀러가는 거요. 놀러. 허허허」
역시-_-;

그리고 아저씨는 뭔가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메모 같은 걸 꺼냈는데, 전부 타이어로 쓰여져 있어서 내게는 이해불능...
거기다 아저씨도 타이어로 적고 있다.

「타이어입니까? 대단하네요. 뭐라고 씌여 있는 거에요?」

라고, 내가 물어본 순간 일어난 일이다.

일본인 승무원이 오더니,
「죄송합니다. 여기, 두 분 일행 아니시죠?」
니와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실은, 여기 이 승객께서 고양이를 데리고 탔는데...
(아저씨를 보면서)될 수 있으면 앞자리로 부탁 드립니다. 여기와 같은 통로 쪽의 자리와 바꿔주실 수 있으세요?」


과연.

「아, 네. 괜찮습니다.」하고 아저씨는 흔쾌히 승낙.


「손님, 동물은 괜찮습니까?」하고 내게 확인.

「네. 괜찮아요(*´∀`*)」라고,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바로 대답해버리는 나.



이유?

주인이 귀여운 여자 아이인 걸.


주인이 귀여운 여자 아이인 걸.


주인이 귀여운 여자 아이인 걸.



이것은, 나의 연애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이름은, SOM. 미국에 1년 동안 유학, 타이에 돌아가는 중이였다.
고양이라고 말했지만, 그 상자안에 들어있는 것은 강아지였다.
왜 그 승무원이 고양이라고 했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고, 어쨌든

강아지는 좋아.

보여줬는데, 정말 귀엽다.



아, 미리 말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아까 쓴 것처럼, 자주 「찍어 주세요」라고 부탁 받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센스는 영 아니다.

아무쪼록, 이해하시길.

어쨌든 강아지다. 귀엽다.
「시나몬」이름 또한 깜찍하다

어쨌든 이렇게 저렇게, 그 애와 여러 얘기를 했다.
꽤 개인적인 얘기부터 썰렁한 농담까지.


그런 얘기 중에 좀 신경쓰이는 일이.
그것은 그 애의 발음이 독일인의 영어에 가까웠던 것.
그 애에게 얘기했더니 「아, 그러고 보니까, 룸메이트가 독일인이였어」라고.
언어라는 것은 신기하다고 새삼 느꼈다. 환경이 다르면, 발음이나 억양까지 바뀌는 것 같다.


타이어의 인삿말 조차 몰랐던 나는, 기내에서 최소한의 타이말을 배우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 게다가 옆에는 운 좋게도 타이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타이어는 발음이 어려우니까, 발음 연습이라도 해봐야지.
부탁 했더니, 기분 좋게 승낙. 결국 2시간 정도 그게 아니야, 틀렸어, 그러고 보니까...등등 잡담도 섞어가며 공부를 했다.

그런데, 내가 가져간 책에는, 황당한 예문이 있었다.


누가 감히 맥주를 300병이나 주문한단 말인가.
(일본어 못 읽으면 미안해요)

여권도 보여줬다.
일본 거하고 색이 비슷하구나. 흠-.




기내식. 치킨 카레가 상당히 맛있었다.
그 애도 웃는 얼굴로 맛있다며 먹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맥주도. 조금 싱겁지만, 그럭저럭 마실 만 했다.


원래 내가 말하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대화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내가 추-운 농담이라도 하면, 어깨를 때리기도 한다.
미음을 열고 있다는 증거겠지.







문득, 예감이.

스스로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둘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처음 만났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

설마, 갑자기 이 애와 사랑에 빠지는 걸까?

타이에는 아직 도착도 안했는데!!!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아직 열 다섯살!


우후





나 스물 다섯(´・ω・`)

캬캬캬



이렇게 해서, 드디어 방콕 도착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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