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눈물의 바나나 =전편=





1-8...!







오케스트라의 격렬하고, 웅장한 연주가 끝나, 관객의 스텐딩 오베이션까지의 그저 일순간의 정적.


그렇게 찢어졌던 공기의 사이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저 때 나에게 박수같은 건 없다.


있는 것은 절망적인 미래라는 현실과, 엉덩이에 느끼는 1회분 치약 정도의 미지근한 설사 쪼가리.


내 생각뿐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마음 속의 어딘가에서 망하고싶단 소망이 있을 것 같아.
아니, 사람뿐만 아니다. 동물에도 자살유전자가 있다고 들었어.


마지막 레이스 후, 지하철역으로 걷는 길. 북적거리는 아저씨들의 인파에 구겨지고있는 자신.


왠지 절망적인 기분보다도, 모든 것을 잃은 것으로 생긴, 현기증이 나는 것 같은 황홀감이 몸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하철에 흔들어져 찌는 듯이 더운 여관으로 돌아간 토요일 저녁.
비는 완전히 멎고, 평소보다 무 더웠다.
귀국은 월요일 아침. 남은 돈은 2,000원 정도.
한국 국내에서 자기가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여관 침대위에서 책상다리하고 앉아서 가볍게 눈감았다.

경마장에서의 돌아가는 길에서 일순간 느낀, 그 감각.
모두를 잃은 쾌감...불행하게도 그것은 일순간의 속임수였다.
전부 다 완전하게 사라지고, 지금은 남겨진 비참한 현실과 그냥 마주볼 뿐.


그런 기분을 조금이라도 달래려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버리고 딱 경제 파탄. IMF도 도와주지않아.



김포공항까지의 지하철비조차도 없어.
이것에 관해서는 한국철도관계자에겐 미안하지만, 무임 승차 방법을 알아 버려서 괜찮아...

어쨌든 일요일을 맞이했다.
공복의 꿈을 꾸고, 그리고 눈을 뜬 순간부터 공복을 느껴.

아아...배고프다...
마시는것은 별개로, 마지막에 먹었던 것은...금요일 밤...초콜릿... 으악 그때부터 약35시간 정도 지났어.
위 안에서 무엇인가가 입을 열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느껴. 한계는 가까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그아아아아!!!





거지 생활을 오래 해 온 경험으로 말할 수 있는 것.

기본은
「배가 고프면 자」

근데 이제 14시간쯤 무리하게 자버렸어.

올림픽을 비추는 텔레비젼 화면도 조금 어렴풋이 보여.

게다가 덥다. 8월보다 덥지않을까 생각하도록 덥다.

드디어 괴로워졌어.

물도 없어. 서울에서는 수도물은 못먹어.
     ↓
근데 어쩔수 없이 먹어.
     ↓
...배가 아파져.


허약 체질은 이것이니까 곤란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체력과 지력이다.
둘 다 있었으면 좋겠지만, 체력이 없는 나같은 경우는 텅텅 비는 된장같은 뇌에 기대해야해.

배고파...
배고파......

어딘가에서 무엇인가 먹을 수 없을까...범죄 빼고...

생각해...생각해...




이런 일은 좀 무리....

음....음....






































ヽ(´▽`)/








백화점 지하!



맞아, 맞아. 시식하면 되잖아 v(。・ω・。)♪

여긴 광화문. 백화점....어딨어?
아!! 한강의 기적때 갑자기 생긴 부르주아처럼 돈이 있었던 시대에 복어를 먹었던 롯데백화점이 명동에 있지.
지도를 보면 걸어갈 수 있을거같애. 천천히 가도 1시간쯤 있으면 되겠어.
선물을 사는 척하고, 김이나 가능하면 고기도 먹자! 외국인 관광객의 파워를 발휘해야하겠네.
오허허허허. 희망이 보여 왔다!

자~~ 출발~~~!!







헉.....





하늘을 보자....



















작열


머리가 녹아버려...
정말 정말 더워. 너무 더워서 이유없이 신기한 웃음이 나왔어.



어어. 아스팔트로부터 수증기같은것이 나오고 있어. 반사열로 체감 온도는 50도정도 아닐까 의심하고 싶지도 된다.
공복 때문에 눈이 이상해졌을까,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경치가 비뚤어져 보여.

아아...다리가 무거워...

그래도 필사적으로 걸었어.

최종 목적지에는 식료가 있다.

그것만을 믿고.


그런데 그때의 내 옷 스타일.
잘 때는 익숙해진 셔츠가 좋아. 그래서 형편없이 낡고 해질때까지 입었던 옷도 안버리는 나.
물론 누구에게도 볼 수 없다는 전제로 이런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이야.
그렇지만 그 날, 버튼도 없어지고 구멍도 열고 있는 이런 티셔츠로 외출하게 되어버렸어.
유일 남아있는 세탁 끝난 티셔츠는 다음날의 귀국용. 그외는 한 여름의 땀으로 오물이 되었으니까 어쩔 수 없어.


그리고 바지. 더웠으니까 무릎까지의 트렁크스형 수영복. 그리고 신발도 덥기 때문에, 비치 샌들.


게다가 1년 이상 자르지 않은 머리는 어깨 정도까지 자랐어.
거기다 아침 샤워를 안해서 새의 병아리가 삐악삐악 하는 정도 부스스한 머리. 하는 김에 수염도 깎지 않아.
누가 어떻게 봐도, 귀족처럼 안보이고, 서울역안에서 별빛을 보면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동계열이였지.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고 그런 줄 알았는데...저 때는 톰을 찾아낸 제리처럼 주위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애.

여하튼 나는 걸었다.

걸었다.

걸었다.

걸었다.

걸었다.




20분정도 지났는가. 불행은 겹치는 것이다.

비치 샌들이 깨졌어.(´・ω・`)풀이 죽음

줄의 부분이 완전히 끊어지고, 다리 크기의 고무 판과, 신혼의 도시락에 있는 토끼사과의 껍질과의 두개로 분리했어.
어떻게 생각해도 신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오른쪽 다리는 맨발인가...괴롭네...

라고, 걷기 시작하면...






앗! 뜨거!!






아스팔트는 열기프라이팬 같았다. 맨발로 닿으면 소리와 연기가 나오는 정도.
생계란을 떨어뜨리면 계란 프라이가 생겼을 지도, 그리고 유정란을 놔 두면 3분후에 병아리가 태어났을 것이야.
그정도 뜨거워. 악마 처럼 뜨거워. 철판위에서 땅에 꿇어앉아 부복한 토네가와의 기분이 아플 수록 잘 안다.
아무래도 맨발로의 보행은 불가능. 일본인 정신을 보이고 닌자처럼 빨리 다리를 회전해도 꼭 무리.
무리는 하지말자. 사무라이같은 정신력으로 사는 시대는 벌써 끝났어.
갸날프고 요령이 좋게 사는 것이 내 모토...지만...
고민했어.

그런데도 백화점 지하를 목표로 하는지, 또는 단념할까.

운명의 선택이다.

오후2시. 높게 올라가는 태양은 가차 없이 쨍쨍 내리쬐어.
여기까지 20분정도 걸었어. 지도를 보면 아마도 백화점까지 30분쯤 더 걸릴거같애.
여기서 백화점까지. 그리고 백화점에서 여관까지...음.... 힘들겠다...

그런것보다, 문득 냉정하게.... 응... 혹시 원래 이 아이디어자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시식용이라서 어차피 배가 잇빠이까지는 먹을 수 없겠어.
얻는 것보다, 거기에 낭비하는 에너지가 압도적으로 많아.

39도의 넋을 잃을 것 같은 날에 1시간이상 걷는것과, 냉동식품의 얼마 안되는 자투리를 저울질을 하지 않았던 것이 최대의 실수야.
아니, 도대체 이 노숙자풍 모습으로 식품 판매장에 갔다고 해서, 시식품을 하고 싶어하는 종업원이 있을까.
얼마나 구할 수 없는 바보가 생각해도 상품을 구입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최악의 경우는, 받을 수 없을지도...



응....돌아가자T^T



허무하다...

그리고 온 길을 터벅터벅 어깨가 처져 돌아가는 나.
마치 회사에 가는 체를 하고 집을 나가,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직장에서 해고당한 아버지같은 등.
게다가 오른쪽 다리의 샌들이 망가져 있어서, 왼발로 깡충깡충 뛰다고 하는 기묘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누가 어느 각도에서 봐도 거동이 수상한 남자율 100%. 엇갈리는 사람의 시선을 아플 수록 느껴.
통보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였을지도 몰라.


조금이라도 프라이팬 도로를 회피하려고 지하도에 들어갔다. 여기라면 햇빛이 비치지 않기 때문에 조금 시원하다
여관까지 더 5분 정도였지만, 계단에 앉고 잠시 쉬는 시간.


하아....직사 광선을 피할 수 있던 탓인지, 기분도 안정돼 왔어.
그러면, 더위로 잊고 있던 공복감이 다시 덮쳐 와.
포식 국가로 태어난 인간으로서는 꽤 괴로워.
그렇지만...20시간 참으면 기내식을 먹을 수 있어.
그겋게 자신에게 타일렀다.

왕래가 많은 이 지하도.
자신이 동물원의 우리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문득.
전방에서 어떤 노파가 비틀비틀거리며 걸어 온다.
과거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처지는 한순간에 아는 것 같은 모습으로.
허리는 거의 직각으로 구부러지고, 더러운 가방을 소중하게 등에 업어.
옷은 구멍투성이로 얼굴이나 손발도 때로 새까만 할머니. 백발이 많은 머리에는 먼지가 눈에 띈다.
틀림없어... 노상생활 전문가다.

그녀는 나의 바로 옆에 무거운 것 같은 허리를 털썩 내렸어.
하지만,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녀를 중심으로 한 세계를 볼 수가 있었다고 해도, 나 라는 물체는 없었을 것이야.
그만큼 막힘이 없는 그녀의 일련의 흘러 내리는 행동은, 그녀 이외의 존재를 못 느끼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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