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7 【여덟째 날】

집요해 보이겠지만

이것은, 내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상대는 망고스틴.


이젠 인간 상대로는 무리니까, 대상은 감정이 없는 것으로..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티~인!!




타이어로는
「망쿳」

가슴까지 쿳닥쿳닥?

있잖아요, 이젠 인간과의 사랑 같은 건 필요없어요.
어차피 무리고.

그거 보다도요, 타이에서 만난, 가장 매력적이였던 망고스틴.

망쿳.

러브・망쿳.

엑조틱・망쿳.

섹시・망쿳.

에로틱・망쿳.

얘가 내 애인으로 좋은 거에요.

믿을 수 없을 만큼 맛있다.
이 이틀 동안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50개는 족히.

일본의 과일 유통에 대해 자세한 건 모르지만, 보통 슈퍼에서 파는 걸 본 적이 없다.
과일 전문 가게에서는 본 적 있지만, 6개에 10000원 정도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였다.

여기라면 1kg에 300원.
100kg 쯤 공수해 가고 싶다. 매일 먹고 싶어~!

일본에서 쾌적한 망쿳 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


갖고 간다.


이거. 당연한 얘기지만, 세관이 문제다.
식물이고, 무리겠지?
NY 테러 이후, 기내 수하물 검사도 더 심해졌고,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여하튼간에, 이 감동을 남동생와 여동생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치만, 대 여섯개 가져가도 좀 그렇겠지.
들킬 땐 들키더라도... 일단은
2kg 구입. 비닐 봉지 한가득 정도의 양.
자, 그럼 이걸 어떻게 들고 들어간다? 우선, 생각해낸 게...

자물쇠 작전


게스트 하우스의 문이나 귀중품 보관함에 쓰여지고 있었던 자물쇠. 이걸 활용해보기로 했다.
해외여행자가 가방에 자물쇠를 채우는 일은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체크할 때 직원이 이걸 보고 「시간 걸릴 것 같다」하고 귀찮아져서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

그리고 그 다음을 대비해서...
(가방 단면도)


그림처럼 망쿳 봉지를 가방 양 사이드로 분산. 설령 체크한다고 해도, 한 쪽은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두 봉지 다, 그림처럼 안쪽 깊숙히 넣었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이거야말로 이 작전의 주인공.
그 정체는,
더운 나라에서 흘린 땀이 잔뜩 배인 채로 빨지않은 티셔츠와 타올.물론 젖은 상태, 그대로.
지퍼를 열면 바로 눅눅한 팬티가 보이도록 배치에도 신경썼다.
짐 검사 당한다해도, 가방 연 순간 악취가 진동한다면, 적의 전투력도 급속히 떨어지겠지. 히히히.
머리를 굴리고 굴릴대로 굴려서 짜낸 이 명안으로, 망쿳과 함께, 귀국이다.


응. 싼 비행기 티켓을 가진 자의 숙명, 현지 출발...새벽 6시. 공항에 5시까지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친구 2명이 공항까지 배웅해줬다. 고마워. 정말.
방콕 중심부에서 고속으로 달린 택시는 30분만에 공항에 도착.

공항


친구와 헤어지고, 망쿳 제1 관문에.

STAGE 1 :X선

이 때 짐은 총 3개. 갈 때는 검은 가방 한개였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늘어나 있었다.
참고로, 이 playboy 짝퉁은 5000원 짜리지만, 꽤 맘에 드신다.

나중에 귀찮아질 것 같아, 전부 들고 타기로 했다.


최근엔 도검류의 반입에 대해서는, 아주~ 깐깐하게 군다.
타이에 갈 때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1000원 하우스에서 산 나이프를 압수당했다.
성질을 있는대로 부리는 히바우두 아저씨에게.


「헤이~, 미스터. 나이프는 안되지~!」

그러나, 망쿳양에게는 아무 말 없슴.
후후. 세이프.
어떻게 봐도 수상한 공들이 수십개, 아니, 100개 이상이나 들어있었는데... 의외였다.


STAGE 2 : 사람에 의한 수하물 검사


일부러 출발시간 다되서 체크인. 시간도 없고 해서 간단히 끝났다.
이른 시간이였고, 곻항직원도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걸까?
열기쉬운 천가방만 대충 보고 끝. 자물쇠 작전 성공이다.
조~아조아.

어쨌든, 사랑스런 망쿳양 일행은, 무사히 타이를 벗어난 것이였다.

밤 샌 탓에, 이륙하기 전부터 취침. 기내식 먹을 때만 빼고 계속 자고 있었다.
맛 같은 건 기대도 안한, 6년만에 먹은 NorthWest의 레벨 업된 기내식.


무사히 나리타에 도착.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느낌이 좋다.
짧은 여행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1년 이상의 장기체류 후의 귀국일 때는, 일본어 자체도 반갑고, 뭔가 가슴에 와닿는 이 말.
「어서 돌아오세요」. 단순한 인사말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도, 왠지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
이 글을 보며, 마음속으로「돌아왔어요」하고 중얼거리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겠지.


자, 세계에서 가장 꼼꼼한 민족의 나라에 돌아왔다.
물론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엄중한 세큐리티 시스템의 나라는 있지만, 뭔가 속이려할 때는 일본만큼 힘들지는 않을거다.
해외에서는 비교적 일본인의 범죄율도 낮아서, 일본인인 척하면 의심받지 않는 일도 많이 있지만, 여기는 본토.
가차없이, 체크다.
그럼, 마지막이자 최대의 난문, 정신을 바싹 차리고 가는거야!하고 자신을 격려해본다.


STAGE 3 : 세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세관을 비롯해 공항직원이라는 사람들은 정말 무표정이다.
많은 나라를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으로 보면,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그 나라의 현관인데 이걸로 괜찮은 거야?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로 쌀쌀맞다.
인사도 없고, 아예 한마디도 안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왜인지 나는, 그들에게 항상 의심받는다. 지저분한 몰골이여서 그런가?
몇달전, 1년간 체재했었던 한국에서 돌아올 때도 심사에 걸렸다.
눈초리가 사납게 생긴 아저씨는 나를 마치 범죄자라도 보고 있는 듯한 눈길로 쳐다보신다. 나는 그냥 귀국했을 뿐이잖아.
그는 정중하다고는 할 수 없는 손놀림으로, 천천히 트렁크를 연다.
사전을 펼친다. 훌훌 책장을 넘긴다. 고개를 기우뚱 거린다. 눈도 가늘어 진다.
트렁크 바닥을 팡팡 때려보며, 바닥이 이중이 아닌지 확인한다.
그렇게 한 3분 쯤 조사당한 것 같다... 왜? 맨날 나만? 아무 죄도 없는데 의심당하는 거, 불쾌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각오가 필요하다. 처음으로 느끼는 꺼림칙한 기분.
전에, 한국에서 명품 짝퉁을 들고 들어온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그리 많은 양도 아니였고.
이번은, 망고스틴이 2kg씩이나 되다보니...

드디어 세관. 여권을 보인다.

「어디서, 며칠간 있다 왔습니까?」

「타이에 일주일 동안입니다」

「관광입니까?」

「네」

「신고할 것 있습니까?」

「없습니다」

「뭔가 사람에게 부탁받은 물건이라든가」

「없습니다」

「네...그럼...」

(후후. 통과다)

「가방 안 좀 보여주십시오」


네?

거기다 심사대에 올린 3개 중, 아무 망설임도 없이 망쿡이 들어있는 가방을 선택.

...어째서, 왜 하필...

예리하다...

「이 자물쇠, 열어 보시겠습니까? 철저하게 사무적인 말투다.

「네」
곧바로 연다. 가슴 벌렁벌렁. 벌렁거리는 이유는 두가지.



자, 지독한 냄새라도 맡아봐.



불쾌함의 극치일꺼야.



그리고, 바로 포기해버려.






그의 두 손은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내며 점점 안쪽을 향해간다.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프...프로다...

혹시해서, 떠나기 전, 미리 냄새를 맡아봤지만, 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지독한 냄새였는데...…
이 무표정한 아저씨에겐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아님, 중증의 악취 매니아일지도.

그의 손은 이것저것 만져대고 있다.

「여기엔 뭐가 들어있습니까?」

「콘택트 렌즈하고 세면도구...」

「열어봐도 됩니까?」

「네」

굶주린 늑대같은 눈길로 하나하나 훑어가며 체크하는 남자.
아무리 그게 일이라지만, 너무 얄밉다.
그리고 곤란스럽게도, 그의 손은 비밀의 그 장소에 도달하기 직전이시다.

(아아아아아아...)

「이건, 뭡니까?」


「그건, 친구한테 받은...」

「받은, 뭡니까?」

「...망쿳」

「망쿳?」


소레와 데스네 와따시노 허~니 데쓰요
델리셔스 델리셔스 허~니 데쓰요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


망고스틴~인!!




「...망고스틴이에요」

「망고스틴?」

얼빠진 목소리란 이걸 두고 말하는 걸꺼다. 그 목소리에는 비난도 놀람도 없었다.

「네. 친구가 선물로 준 거라서...」

아... 몰수 당하겠지?
예상대로, 그는
「식물 검역을 받을 수도 있지만, 경험으로 볼 때 망고스틴은 100% 무리네요」라고 가르쳐줬다.

「안됩니까...」

「안되네요」

「그럼 어떻게...」

「저기, 뒤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그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곳에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튼튼해 보이는 금속제 쓰레기통이 있었다.
힘없이 망쿳이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그 앞으로 간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은 텅 비어있다. 내가 오늘 첫타자인가...
그리고, 묵념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으로 봉지를 안쪽으로 떨어뜨린다.
퉁, 하고 아무 느낌도 없는 건조한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려왔다.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주목한다.
시선이 따가왔지만, 그것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이제 없지요?」

「네..」

「그렇습니까...」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말할 것 같은 분위기.
오호호호. 아직 반 남아있지만~. 반 버린 건 좀 아깝지만, 그래도 전부 걸린 것 보단 낫지.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뭐어어어어어!!

(그냥 대충 하세요)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당신... 정체가 뭐야...투시능력이라도 있는거...?
질렸다... 졌다...

「네. 이것도 버리고 오십시오」

냉정하게, 그리고 약간은 화를 억제한 듯한 말투가 가슴을 찔렀다.

아,, 망쿳양... 여자도 안되고, 남자도 안되고, 끝에 가서는 과일조차...

도대체, 누구...아니, 뭐하고라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알았어...나한텐 그런 사람은 없는 거야. 물건 조차도 없는 거야.

운명이란 항상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깨닫게 해준 타이여행...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고마워.

딴 때 보다 5cm 더 쳐진 어깨를 하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이제 곧 여름이구나. 벌써 선탠이라도 한 걸까, 어색한 구리빛 피부의 젊은이들이 눈에 띤다.
그렇게 말하면, 살 태운 것의 관용적 표현으로 「구리빛」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진짜 구리는 적갈색에 가까운데..

내 팔을 내려다봤다. 조금 탄 것 같다.

여름이 지나면, 다시 살색으로 돌아오겠지.

그래. 추억들과 함께 사라지는 거다.

오른 팔에 새긴 기하학 무늬의 헤나도, 2주 후에는 사라질 것이고.

역에 도착. 우연히 지나가던 가게 앞에서 갑자기 갈증을 느꼈다.

시원한 탄산 음료가 마시고 싶었다. 이게 진정한 운명의 시작이였다.

만남의 장소는 타이가 아니였던 것이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둥글고 또렷한 눈매.


너무 길었다.

이것은 내 연애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는 만난 것이다.

그녀는 언제라도 미소를 띄우고 있다.

사진의 모델을 부탁해도 꼭 응해준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는, 영원히, 결코, 배신하거나 하지 않는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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